[스크랩] 나무이야기4 - 싸리나무
[박상진교수의 나무이야기] 싸리나무 | ||||
싸리나무는 광주리, 바구니를 비롯한 생활용구에서 서당 훈장님의 회초 리, 나아가서는 명궁으로 유명한 이태조의 화살대로 애용되는 등 옛 선조 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나무였다.
또 귀중한 쓰임새는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횃불의 재료이다. 요즘 TV의 역사극을 보면 기름 묻힌 솜뭉치 횃불이 등장한다. 그러나 들깨나 쉬나무 열매에서 어렵게 기름을 얻어 호롱불로나 간신히 사용하던 그 시절에 늘 솜뭉치에 쓸만한 기름은 아무리 왕실이라 하더라도 조달이 가능하지 않다. 소나무 관솔도 일부 사용하였을 것이나 싸리나무가 가장 보편적이었다. 성종이 죽자 연산 원년(1495) 장례절차를 논의하는 과정을 보면, "발인 할 때에, 도성에서 전곶까지는 사재감에서 싸리 횃불을 장만하여 노비에게 들리게 한다"하여 횃불의 재료로 궁중에서 널리 이용하였음을 기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훈련 나간 군인이 싸리나무를 모르면 생쌀 먹기가 일쑤였다. 싸리나무는 나무 속에 습기가 아주 적고 참나무에 막 먹을 만큼 단단하여 비 오는 날에 생나무를 꺾어서 불을 지펴도 잘 타며 화력이 강하 고 연기마저 없으니 최첨단 군수물자이기도 하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 산맥에서도 싸리나무로 불지피는 공비들의 이야기가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싸리나무는 20여종이나 되는데 모두 자그마하게 자라 는 난쟁이 나무이고가장 흔한 종류는 싸리와 조록싸리이다. 하나의 잎자 루에 3개씩의 잎이 달리는데 작은 잎이 예쁜 타원형이면 싸리, 잎의 끝이 차츰차츰 좁아지는 긴 삼각모양이면 조록싸리이다. 어떤 연유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전국의 수많은 사찰에는 건물의 기둥 을 비롯하여 구시(구유)와 목불(木佛)에 이르기까지 큰 나무유물이 싸리나 무로 만들어졌다는 속설이 전해오고 있다. 승보종찰 송광사, 팔공산의 동 화사 등 싸리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구시가 중생들의 눈길을 끈다. 오늘날 아무리 크게 자라도 사람 키 살짝인 작은 나무이지만 수 백년 수 천년 전에는 혹시 아름드리로 자란 것은 아닌가? 의심 많은 현대인들은 고 개를 갸우뚱한다. 그러나 식물학적인 상식으로는 전혀 가능하지도 않고 있 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구시를 비롯하여 싸리나무로 알려진 나무는 무슨 나무인가? 이 의문을 풀어보기 위하여 현미경으로 세포모양을 조사해 보았다. 예상대로 싸리나무가 아니라 실제로는 느티나무였다. 느티나무가 왜 싸리나무로 알려지게 되었을까? 어디까지나 추정이겠으나 느티나무의 재질이 사리함 등 불구(佛具)의 재료로 매우 적합하여 절에서 도 흔히 사용한 것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즉 사리함을 만드는데 쓰였 든 느티나무를 처음에 사리(舍利)나무로 부르다가 발음이 비슷한 싸리나무 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박상진경북대 임산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