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무이야기16 - 살구나무
[박상진교수의 나무이야기 . 16] 살구나무 | ||||
옛날 중국 오나라의 동봉(董奉)이란 의사는 환자를 치료해 주고 치료비 를 받는 대신 의원앞 뜰에다 중환자는 다섯 그루, 병이 가벼운 환자는 한 그루의 살구나무를 심게 하였다.
얼마되지 않아 동봉은 수십만 그루의 살구나무 숲을 갖게 되었고 사람들 은 이 숲을 동선행림(董仙杏林) 혹은 그냥 행림이라고 불렀다한다. 그는 여기서 나오는 살구열매를 곡식과 교환하여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도 하 였다. 그래서 행림이라면 진정한 의술을 펴는 의원을 나타낸다. 왜 많은 과일나무 중에 하필이면 살구나무인가? 한방에서는 살구씨를 행 인(杏仁)이라 하여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동쪽으로 뻗은 가지에서 살구 다섯 알을 따내 씨를 발라 동쪽에서 흐르는 물을 길어 담가 두었다가, 이른 새벽에 이를 잘 씹어 먹으면 오장의 잡물을 씻어내고 육부 의 풍을 모두 몰아내며 눈을 밝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본초강목에도 200여 가지의 살구씨를 이용한 치료방법이 알려져 있어서 약방의 감초가 아니라 '약방의 살구'역할을 한 것이다. 그래서 살구열매가 많이 달리는 해에는 병충해가 없어 풍년이 든다고도 하며 살구나무가 많은 마을에는 염병이 못 들어온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흔히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병원 앞에 살구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말한 다. '우선 살구 보자'라는 뜻이라니 옛 사람들의 행림이나 오늘날의 살구 는 무병장수의 진정한 바람을 다같이 살구나무와 병원과의 관계에서 찾았 는지도 모른다. 살구나무는 중국에서도 재배역사가 오래된 과일나무이며 우리나라에 들 어온 것도 삼국시대 훨씬이전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복숭아, 자두와 함께 우리의 대표적인 옛 과일로서 역사기록에 흔히 등장한다. 살구꽃이 피는 시기를 보아 이상 기후인지 정상인지를 판단하였고 조선 태종 때의 기록을 보면 철따라 종묘의 제사에 올리는 제물로서 앵두와 함 께 살구는 빠뜨릴 수 없는 과일이었다. 꽃과 과일로서만의 살구나무가 아니다. 깊은 산 속 고즈넉한 산사에서 학덕 높은 스님이 두들기는 목탁의 맑고 은은한 소리는 어디서 얻어질까? 몇가지 나무가 알려져 있지만 최고로 치는 목탁은 살구나무 고목에서 얻는 다고 한다. 일제의 강제병탄 이후 처음 들어선 1920년대의 고무공장에는 처녀들이 발목이 약간 들어 날 정도의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녔다 한다. 이를 두고 당시에 '공장 큰아기 발목은 살구나무로 깎았나 보다/ 보기만 하여도 신침 이 도네!.../ 보기만 하여도 알딸딸하네!'라는 노래가 유행하기도 했다. 살구나무의 속살은 맑고 깨끗한 흰색이 특징으로 살짝 내보인 발목이 그렇 게 섹스어필하였던 모양이다. 그 때 그 어른들이 환생하여 오늘의 거리를 보신다면 아마 기절하여 다시 돌아가실 것이다. 시골 집안이나 마을 주변에 흔히 심는다.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로 그렇게 크게 자라지는 않는다. 잎은 달걀모양이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 니가 있다. 꽃은 봄이 무르익어 갈 무렵 잎보다 먼저 연분홍색으로 피며 꽃자루가 거의 없다. 열매는 지름 3cm 정도로 둥글며 털이 있고 초여름에 붉은 빛이 도는 노랑 색으로 익는다. 경북대 임산공학과. sjpark@k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