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자료

[스크랩] [나무이야기] 내 어머니, 젊은 날의 모습과도 같은 .... 동백나무

♥ 진실농원 ♥ 2008. 2. 24. 21:56
      동백나무 이야기
      금오도에서 소사나무, 해송 다음으로 많은 나무는 동백이다. 해변을 따라 경사진 곳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동백은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개량형이 아닌 재래종 동백이다. 일명 조선동백이라고도 한다. 개량형은 입이 여러겹이고 카네이션처럼 생기기도 하고 재래종 동백처럼 수줍은 듯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활짝 펼쳐지고 꽃의 크기도 크다. 수줍은 듯 다소곳이 피어나는 재래종에 비해 발랑까진 느낌이다. 동백나무는 남녘땅 어느 곳에서든지 잘 자라고 한 겨울 그 눈속에서도 곱게 꽃을 피워 내는 나무이다. 꽃이라고는 하지만 목련처럼 우아하지도 않으며 벚꽃처럼 화사하지도 않은 것이 그저 스스럼없는 내 시골집 이웃 아가씨같이 수줍은 듯 정다운 듯 곱상스러운 꽃이다. 단아한 모습으로 고결해보이기 까지한 동백은 어쩌면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내 어머님의 젊은 모습이다. 봄이 금방 달려들 것 같은 푸른 바다를 따라 동백을 찾아가면 길바닥과 숲속에는 떨어진 동백으로 장관을 이룬다. 일찍이 시인 김영랑은 모란의 낙화를 두고 ‘툭 툭 떨어져버린다’고 표현했다. 허나 ‘툭 툭 떨어져버리는’것은 비단 모란만이 아니다. 동백도 그렇다. 꽃망울 통째로 시들지도 않고 색도 변함없이 붉은빛 그대로 활짝 핀 모양 그대로 ‘툭’ 하고 떨어져버린다. 눈부시도록 예쁘게 피어난 어느 날, 체념하듯 저항하듯 ‘툭’ 떨어진다. 오죽하면 소설가 김훈이 목을 똑 꺾고 떨어지는 동백을 두고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추락해 버린다’고 썼겠는가. 목재는 서어나무나 소사나무처럼 보디빌더의 단단한 근육을 보는 듯 하다. 그 재질에서 사육신들의 추상같은 절개와 기개가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게다가 가을에 지천으로 떨어진 동백열매로 기름을 짜서 참빗으로 빗어 곱게 단장한 여인네의 쪽진 머리에 바르면 반지르르 윤기 흐르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동백숲에 서면 언제나 동박새와 직박구리 등 여러 새들이 반긴다. 새들의 울음이 맑고 좋다. 동백나무는 예로부터 물을 내뿜는 나무로 불리워왔다. 남도의 큰 절집치고 동백을 두르지 않는 대웅전은 거의 없다. 목조건물로 이루워진 사찰이 가장 무서운 것은 불이었다. 그래서 산불이 사찰로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대웅전에 옮겨붙는 것을 가장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달려드는 산불이 두텁고 윤기 반질반질한 동백잎에 옮겨붙지 않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동백숲에 오기만 하면 꺼져버리는 불을 보고 동백나무에서 물을 뿜는 것으로 오해할만 한 것이다. 선운사 동백숲이 그렇고 화엄사 동백숲이 그런 것이다. 동백나무는 일종의 방화림(防火林)인 것이다. 지금 금오도 앞 남해 바닷물은 시리도록 푸른 빛깔을 머금고 수천개의 은빛 물비늘을 일렁이며 춤추고 있다. 그렇게 봄은 오고 있는 것이다. 그 남쪽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남녁의 마을 금오도. 봄날의 바다를 마중하는 그 언덕. 다소곳이 봄마중하는 금오도 언덕의 주인은 시방은 동백꽃이다.
      2008. 2. 20. 로 드
출처 : [나무이야기] 내 어머니, 젊은 날의 모습과도 같은 .... 동백나무
글쓴이 : 로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