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교수의 나무이야기] 초피나무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면 여름 내내 살이 오른 미꾸라지를 푹 고아 만든 추어탕의 감칠 맛을 잊지 못한다. 문제는 비린내. 전라도 쪽에서는 된장을 풀고 경상도에서는 초피(조피, 제피, 쟁피, 죄피) 가루를 넣어 해결한다.

그래서 고즈넉한 시골동네의 밭둑에는 한두 그루의 초피나무가 심겨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가을에 종자를 따다가 절구로 빻아서 쓰며 까만 알갱 이보다는 종자 껍데기에 향기가 더 있다. 깜박 초피가루 준비를 잊어버린 아낙은 잎사귀를 듬성듬성 썰어 넣어도 비린내를 없애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초피나무는 조피나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산초나무가 이 와 비슷해서사람들은 흔히 혼동한다. 그러나 추어탕에 넣을 셈이라면 산 초나무 열매로는 톡 쏘는 독특한 맛을 얻지 못한다.

산초나무에도 향기가 있으나 초피나무보다 훨씬 약하여 향신료로 쓸 때 는 역시 초피나무라야 한다. 초피를 추어탕에 쓰는 것은 주로 경상도 지방 이므로 산에서는 임금님 만나기 보다 어렵다. 반대로 전라도나 충청도 쪽 으로 가면 초피나무가 오히려 더 많다.

어떻게 구분할까?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금세 찾아낼 수 있다. 우선 초 피나무는 가시가 서로 마주나고 잎이 동그스름하며 가장자리가 잔잔한 물 결모양이다. 이에 비하여 산초나무는 가시가 어긋나며 잎은 끝이 뾰족해지 면서 길쭉하고 가장자리는 톱니모양을 하고 있다.

간단하게 구별해 가시가 마주나면 초피나무, 어긋나면 산초나무로 보면 된다. 초피나 산초는 가지 끝마다 한꺼번에 수 십 개씩 달리므로 다산(多 産)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에서는 왕비의 거실을 초방(椒房)이라 하였으며 연산군이 궁녀를 자꾸 맞아들여 말썽이 나자 아부 잘하는 신하가 '산초 열 매가 번성하여 되에 가득하다는 말이 있다'고 임금의 후궁 맞이를 옹호하 였다.

한방에서는 건위제, 구충제, 염증약, 이뇨제 등으로 널리 사용한다. 또 최근에는 초피에서 O-157를 비롯한 비브리오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밝혀지 고 있어 더더욱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출처 : 나무이야기1 - 초피나무
글쓴이 : 금송 윤은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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