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교수의 나무이야기 . 10] 생강나무

한약에는 감초가 들어가야 되는 것처럼 우리의 전통요리에 생강이 빠지 면 제대로 감칠맛이 나지 않는다. 잎을 찢거나 어린 가지를 분지르면 생강 냄새가 나는 나무가 바로 생강나무다. 야외수업으로 산에 가면 나는 학생 들, 특히 여학생들의 코밑에 생강나무 잎을 갖다대고 무슨 냄새가 나느냐 고 짖궂게 물어본다. 한결같은 대답은 풀냄새란다. 입시 준비에 찌들은 요 즘 여학생들이 부엌에 들어갈 짬이 없으니 독특하게 나는 생강냄새를 알 리가 없다.

이 나무는 기껏 자라야 키 5-6m에 팔뚝 굵기가 고작인 아담사이즈다. 그 러나 봄에는 꽃과 새잎, 여름에는 독특한 모양새의 잎으로 이루어지는 녹 음, 가을에는 열매와 단풍이 모두 우리의 관심을 끄는 나무다.

앙상한 겨울나무의 가지가 아직 일어날 낌새도 보이지 않는 이른 봄, 숲 속 깊숙한 곳에서는 제일 먼저 생강나무가 샛노란 꽃을 피워 겨우 잠에서 깨어날려는 다른 나무들이 아이쿠 늦었구나! 하고 정신이 번쩍 나게 만든 다. 인가 근처에는 산수유, 숲 속에는 생강나무가 다른 어느 나무보다 빨 리 꽃이 핀다. 회갈색의 나뭇가지에 잎도 나기 전에 조그마한 꽃들이 점점 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양은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봄의 전령임을 자랑하 는듯하다. 그래서 품격 높은 매화에도 뒤지지 않는다 하여 황매목(黃梅木) 이란 이름도 얻었다.

꽃이 지고 새싹이 돋아날 때 즈음 이를 조심스럽게 따 모으면 바로 작설 차의 재료가 된다. 차나무가 자라지 않는 추운 지방에서는 차의 대용으로 사랑받아왔으며, 차(茶)문화가 사치스런 서민들은 향긋한 생강냄새가 일 품인 산나물로서 즐겨왔다.

여름의 시원한 그늘나무로서의 역할을 거치고 나면 꽃을 보고 잊어버린 생강나무는 가을 단풍 때 다시 한번 우리의 눈길을 끈다. 곱게 물든 샛노 란 생강나무 단풍은 푸른 가을하늘과 기막히게 조화를 이룬다. 붉은 잎만 이 아름다운 단풍이 아니라는 것을 생강나무 단풍을 보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잎이 떨어진 가지에는 콩알 굵기의 새까만 열매가 달린다. 처음에 초록 빛이나 노랑빛, 분홍색을 거쳐 가을은 검은 빛으로 익는다. 옛 멋쟁이 여 인들의 삼단같은 머리를 다듬던 머릿기름이 이 열매에서 나온다. 남쪽에서 만 나는 진짜 동백기름은 양반네 귀부인들의 전유물이고 서민의 아낙들은 생강나무 기름을 애용하였다. 그래서 일부 지방에서는 개동백나무 혹은 아 예 동백나무라고도 한다.

창경궁 경춘전 옆 낙선재 경계 담장 밑에는 생강나무로서는 거목이랄 수 있는 제법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다. 왕비나 빈의 품계에 오르지 못한 이름없는 궁녀들은 동백기름을 얻어 멋 낼 차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니 아 마 생강나무 기름으로 머리단장하고 꿈처럼 찾아줄 임금님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전국 어디서나 자라는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넓은 잎 작은 나무다. 나무 껍질은 갈라지지 않고 흰 반점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로 나며 계란모양으 로 위 부분이 3-5개로 갈라지고 아기 손바닥만하다.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뒷면에 털이 있다. 암수가 딴 나무다.

출처 : 나무이야기10 - 생강나무
글쓴이 : 금송 윤은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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